호주집구하기 D1

2월 19일 저녁 4시 비행기로 서울을 출발하여 Perth 공항으로 향하였다. 13시간 일정으로 별거 아니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만만찮은 시간이다. 잠도 잘안오고,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 뭐 할것두 없고,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참지겨운 비행기. 나중에 딸아이가 이걸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Mandurah 근처에서 렌트할 집구하기!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영어는 어쩌지? IELTS 6.0이 그리 유창한 영어가 아니지만, 어쨌거나 일단 부딪혀 본다.

겨우 겨우 Perth 공항 도착. 젠장 out of battery.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소중한 내 아이폰이 꺼졌다. 어쩌지? 일차 멘붕.

대충 기억에 기차를 타고 Mandurah 역으로 가면, 숙소가 근처였던거 같다. 근데 기차는 어떻게 타러 가지? 옆에 있는 안내요원에게 기차역 갈라면 어떻해요라고 물어본다. 할머니같은 안내요원이 무료셔틀다고, 여기서 기다리란다. 국내선 머 어쩌고 37번 어쩌고 자세히 설명하는데 못알아들음. 일단 기다린다. 버스가 하나 오는데, inter-station 이라 적혀있다. 역간을 돌아다니는 버스? 난 기차역에 가야하는데… 이건 아닌듯 일단 더 기다린다. 이때, 아까 그 할머니가 오셔서, 이거 타란다. 오! 친절도 하셔라. 나를 보고 계셨던 게야. 감사합니다 할머니. 일단 탄다.

한참을 간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데서 따라 내렸다. 여기가 어디지? 국내선 항공터미널이라는데… 두리번 거리는데 37번 버스가 보인다. 아 그렇구나! 할머니는 국내선 역으로 가서 37번을 타라고 하신거구나! 감사합니다 할머니.

버스를 탔다. 2000원. 근데 기차역까지 얼마나 걸릴까? 가다보면 보이겠지? 기차역이란게 작지 않을거자나. 그리고 안내방송도 나오겠지. 40분을 그렇게 갔다. 헉, 안내방송은 나오지도 않고, 노선도 조차 그려져 있지 않다. 혹시 지나간거 아녀? 불안하다. 앞에 할머니가 계시길래 또 물어본다. 저기 역 어디에요? 20분 더 가야된단다. 아싸 안지나갔다. 기다린다. 친절하게 할머니가 여기서 내리라고 가르쳐 준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근데 기차역이 어디지? 이번엔 아저씨한테 물어본다. 아저씨 기차역! 어디 가는데? 맨두라! 그럼 저리 가. 아 이게 행선지마다 기차역이 다른가 보다. 가보니 기차역이 있다. 오예! 표는 어떻게 끊는거지? 또 물어본다. 개표원 아저씨가 저기 기계에 돈 넣고 7 Zone 고르란다. 종점이네. 디럽게 멀구만. 아저씨가 다음에는 smart rider card 구매하란다. 충전식으로 한국의 교통카드 같은거란다.

아 기차타기는 좀 쉽네. 기차라기 보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분위기다. 물론 지상으로 가지만. 가고, 가고 또가고. 역마다 영어로 안내방송나오는데, 도저히 안내방송듣고는 어딘지 안들림. 전광판에 글자를 보면서, 저걸 저렇게 읽어? 헉. 뭔 발음이 이랴?

암튼 우여곡절 끝에 Mandurah 역에 도착 야호! 근데, 숙소 연락처가 핸드폰에 있는데… 위치만 메모해왔네. 역 근처라 했으니 걸어가야지. 역무원 아저씨, 역시 할아버지, 에게 여기 어떻게 가요 물어본다. 아저씨 모르겠단다. 두꺼운 지도책 들고 와서 같이 찾는다. 한참 찾더니 못찾으심…헉… 그럼 아저씨 아이폰 충전할데는 있나요? 따라오란다. 승강장 여기 저기 벽을 보시더니, 여기 있네, 쓰란다. 감사합니다 할버지.

여기 사람들 생각보다 친절하다. 좀 난처해 하면, 자기 일처럼 해결할려고 해준다. 물론 사람이 별로 없어 심심해서 그런거 같기도 하지만, 교훈은 모르면, 그냥 물어봐라…이다.

아…충전하면서 물한병 사먹으며, 잠깐 휴식… 충전 후에 숙소 주인에거 거기 어떻게 가냐 물어본다. 택시타고 오란다? 잉? 가깝다며? 그리고, 홈페이지에는 모시러 온다면서? 어째건 택시 타고 간다. 졸라 많이 간다. 잉? 이 시키 이상한데로 가는거 아냐?

한참 후에 도착한 곳은 어느 외딴 농장! 이상해서, 택시 가지말라하고, 집주인 불러본다. 헤이 익스큐즈미! 집주인이 나온다. 뭐여! 여기 맞자나. 택시는 돌아가고, 2만원줌. 농장주위에는 오리와 닭똥이 한가득, 오마이갓. 마굿간도 있고. 어쨌건 방으로 안내하는데, 방에 2층 침대 두개 있고, 웬 백인 여자 둘이 이미 둥지를 틀고 있음. 10대들 같은데… 여기 같이 있으란다! 헉 혼숙을 하라공? 미친거 아녀? 몇일 있을거냐 해서, 일주일 있는다고 하고 멘붕상태로 35만원을 꽂았다. 어쨌거나 인터넷으로 알아본 일반 호텔은 하루에 15만원이었으므로,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빨리 구하고 뜨자.

오늘 미션은 은행계좌트기와 age card 만들기다. 근데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버스도 없는데. 집주인한테 말하니까, 데려다 준단다. 친절하긴하네. ANZ가서 계좌만래요 하니까 하나 만들어준다. 교통부(Department of Transport)가서 age card 만들어달라 하니까, 주소나와 있는 document가 필요하단다. age card는 일종의 주민등록증같은 신분증이다. 본적은 없지만, 사진과 나이, 주소가 나와있겠지. 암튼 호주 내 주소가 없는 관계로 일단 포기. 여권으로 다 해결보자. 돌아올때는 또 택시. 2만원. 젠장 택시비 엄청 나오겠네.

집으로 돌아와서, 좀 웹서핑하다 보니, 오늘 house inspection이 있단다. 렌트할 집을 보여준다는 거다. 호주에서는 아무때나 집보러 갈수 있는게 아니라. 나 이 집 좀 볼래요 하면, 부동산(에이전시)가 알따 언제 와라 하고 알려준다. 보통 realestate.au.com에 가서 매물 검색 후에 request inspection 하고 나면, 메일로 언제 와라 한다. 아니면, 칼랜더에 inspection 일정이 있는 집은 그냥 가면 된다. 암튼 inspection 어떻게 하는지 분위기나 볼 겸 가보기로 결정. 집주인을 또 조른다. 가자 친구야. no way. 안간단다. 나라도 귀찮겠다. 어쩌지. 이때 집주인 친구 등장. 자기가 시내로 가니까 떨어뜨려줄까 한다. 오! 탱큐. 여기 가는데, 그러니까, 거기까지 델다줄께. 오! 친절하다 이 녀석도.

드디어 인스펙션 장소에 도착. 동네 분위기가 굉장히 고급지다. 농장이랑 완전 다르다. 헐. 집앞에서 한참 서성이니까. 차가 몇대 우르르 온다. 모두 집보러 온사람들이다. 이윽고, 부동산 아가씨 도착, 문을 열어준다. 머 특별히 하는건 없고, 여기 저기 구경한다. 구경이 끝나면, 마음에 드는 사람들은 나눠주는 지원서(application form)을 작성한 후 부동산에 가져다 주면 된다. 오늘 너무 힘드므로, 일단 지원은 보류한다.

근데, 농장으론 어떻게 돌아가지? 거리엔 택시도 없다. 그렇다. 우리나라처럼 거리에 택시 없다. 콜을 해야 한다. 구글에서 찾아서 콜을 한다. 주소가 어디냐고 물어보는데, 역시 내 발음이 후져서 못알아듣는다. 피를 토하며, 계속 말하니까 알아듣는다. 정말 알아들은 걸까? 10분쯤 기다리니까, 택시가 온다. 오 탱큐. 근데, 농장까지 가면, 택시비 5만원은 나올듯. 젠장, 이럴바에는 렌트다. 가까운 Hertz로 택시가 데려다 준다.

렌트할거라 하니까 하루 5만원이란다. 그래도, 택시보다 훨씬 싸다. 알았다고 했다. 문제는 호주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는 거다. 일본처럼. 아 젠장.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졸라 헷깔릴텐데. 사고를 대비하여, 보험은 맥시멈으로 든다. 보험금 합하니까 하루 9만원. 그래도 그게 싸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일단 시동건다. 핸드폰 구글맵에서 네비게이션 키니까 농장까지 경로를 알려준다. 오 역시 구글맵 짱이다. 맘속으로 계속, 왼쪽, 왼쪽, 왼쪽 이러면서 운전한다. 오른쪽으로 가는 순간 역주행이다. 그리고, 여기 도로 웃기게, 사거리에서 신호주기 싫으니까 무조건 회전차로로 돌려버린다. 그것도 아주 작은 회전차로. 교차로만 만나면 애들이 뱅글뱅글돈다. 왼쪽에 뱅글뱅글 콤보! 잘못 걸리면 무조건 사고다.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한다. 구글뱀은 영어로 뭐라 계속 시불렁 거린다. 어쨌거나 무사히 농장 도착. 탱큐 갓! 땡갓!

잠시 있으니, 저녁 준단다. 웬 젊은 남자애가 스파케티를 요리해준다. 헉…어건 머…맛이… 그러나 그레이트를 외치며 다 먹어준다. 혼자 왔으므로,  몸이라도 건강해야 한다. 꾸역꾸역 먹는다.

저녁먹고 멘붕상태로 소파에 좀 있는데, 동양 여자분이 말을 건다. 헉 한국사람이네. 반갑다 ㅜㅜ. 왜 여기 있냐 물어본다. 집구한다고 하니까. 더 싼데도 많은데 왜 여기 있나는데. 잉? 여기는 워킹홀리데이 온 애들이 세컨비자 받을려고, 농장에서 일해주러 오는 곳이란다. 즉, 비자 아쉬운 애들이 어쩔 수 없이 와서 일 좀 해줘야 하는데란다. 따라서, 비싸게 받아도, 올 수 밖에 없는 곳인데, 난 그런게 아닌데 왜 여기 온거지? 이 분이 gumtree라는 사이트를 알려준다. 거기 가면, share room 싼거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아 몰라몰라 힘들어 죽겠다 일단 정신 좀 차리고 생각하자.

이걸 내가 하루에 다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내일도 inspection 2개 있다. 내일 모험도 만만치 않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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